12월 13일
도무지 문제가 풀리질 않는다. 내가 하고 있는 연구주제가 풀릴 수 있는 문제이긴 할까? 혹은 내가 어떤 실수를 하고 있는걸까? 분명 남들은 나보다 일을 많이 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기운이 없을까. 그냥 가만히 누워있고만 싶다. 컨디션 관리 목적으로 하루에 4시간만 일해보았는데 또 그러네. 솔직히 피드백 받을때마다 쿡쿡 찔린다. 너덜너덜해지는 기분이다. 그래도 해봐야지 뭐..
1월 11일
연구에 가닥이 보이기 시작한다. 나름의 가설을 세워서 미팅에 들고 갔는데 칭찬받았다. 내 연구와 다른 연구의 연결점이 보이기 시작한다. 잘 해서 좋은 학회에 논문 내보자. 넌 할 수 있어.
1월 18일
코드에 산재한 버그들을 고쳤다. 미팅 10시간 전인데 코드에서 버그발견해서 기분이 별로다. 온갖 실험에 쏟아부은 내 노력은 무엇이 된다는 말인가.
1월 21일
2개의 가설 중에 하나를 증명했다. 이렇게 사람이 업다운이 심해서야 연구 할 수 있겠냐 싶긴 한데 기쁘다. 꾸준한 논문 리딩이 참 중요하구나 싶다. 이번주까지 핵심 가설 마저 증명해서 하루 빨리 스케일 큰 실험도 돌려보고 real world problem도 풀어보자. 갈 길이 멀지만 즐거운 하루.
1월 25일
문득 보면 대학원 들어와서 너무 감정적으로 치우쳐저 있었던 것 같다. 결과를 내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려나. 사실 알고보면 그토록 원하던 것에 가장 가깝게 지내고 있는 요즘인데 감사하면서 살자. 이렇게 온전히 나만의 연구를 훌륭한 교수님들과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또 찾아오지 않을 수 도 있으니까.
1월 31일
미팅 17시간 전 버그 발견! 하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 내가 싫다 스스로 코드 리뷰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하나 싶다.
2월 5일
올해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지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좋은 계획이었던 것 같다. 정신이 맑아지고 집중력이 올라가는게 느껴진다.
2월 11일
지난주 미팅에서 받은 가르침. 팩트폭행 당해서 마음이 아직도 좀 아리지만 (사실 목요일에 미팅하고 울었음). 너무 발전적인 방향으로 피드백을 받아서 적어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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의미없는 실험 10개보다 의미있는 실험 1개가 훨씬 유익하다. 모든 실험에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. 무지성 실험은 99%의 확률로 실패한다. 성공한다 해도 거의 의미가 없다. 어떤 실험을 할지 하루 이상을 써도 상관없다. 무의미한 실험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.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고 오해를 받는것이 두려워 고민을 많이 하지 못한 것 같다. 이번주에 실험을 단 하나만 하더라도 근거를 가지고 실험을 하자. 똑똑하게 먼저 일해보고 열심히 일하자.
- 그동안 느꼈던 압박감도 무의미한 실험을 끊임없이 해야한다는 것에서 왔던 것 같다. 안받아도 될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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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팅 자료에 시간을 많이 써야 한다. 교수님들은 나만 봐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지난주에 공유드린 결과물들을 전부 기억하지 못하시고 일관되지 않은 의견을 가질 수 있다. 교수님들도 사람이니까 당연한 것이다. 그렇기에 더더욱 1) 내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었고 2)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려 어떤 가설을 세웠고 3) 이를 위해 어떤 실험을 했는지를 descriptive하게 설명해야한다. 미팅이 길면 길어질수록, 내가 교수님들을 이해시키는데 시간을 많이 쏟을수록 내 연구에 대한 방향을 다룰 시간은 줄어든다, i.e., 논문을 쓰는 것이 늦어진다.
- 끝나지 않는 폭탄목걸이의 향연.
2월 22일
좋은 데이터가 나왔다. 이거 하나 만드는데 7개월 반 걸렸네... 명분 없는 실험은 하지 않기. 되뇌이자.
2월 26일
개강맞이 수업들을 듣고 있는데 진짜 대학교 수업보다 백만배 재밌다. 내 연구 주제를 생각하면서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. 예를 들어.. 항상 agent가 항상 optimal한 state에 도달할 수 있으면 RL의 discount factor는 optimal한 state에 도달하는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에 쓰일 수 있다. 또 다른 예를 들어.. motion planning에서 RRT 배우네, RRT는 hyperparameter에 민감한가? 민감하다면 hyperparameter search problem을 실험으로 할 수 있을텐데.
3월 1일
휴일 맞이 5시간동안 코드 리팩토링을 했다. function의 batch inference가 골머리였는데 torch.vmap
이 해결책이 되어주었다. Tensor shape 상관안해도 되고 너무 좋았다. 맛있는 코드가 나온 것 같다. 나 코딩 좋아했구나.
3월 4일
점점 미루는 행위가 줄어든다. 연구 재밌네. 마감일까지 최대한 루틴을 지켜보자. 아자 아자.
3월 18일
P1. problem: 모든 실험에는 그 실험을 하는 의도가 필요하지만 나는 이를 종종 까먹는다. 이것이 문제인 이유는 종종 내가 잘못된 실험을 하기 때문이다. todo: 앞으로 to-do format을 다음과 같이 설정하고 매일 매일 작성하자.
P1.
problem: {current problem I'm solving}
todo: {what I'm intending to do}
P2.
P2.
problem: 종종 연구에서 내 생각을 전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. 이 어려움을 겪는 만큼 미팅에서 생산적인 discussion이 줄어든다.
todo: 1) 생각/논리를 쭉 decompose해서 각 파트들을 linear하게 만들어보자. 2) 왠만하면 밤에 slide 작업하지 말자.
3월 24일
개발자가 아니라 과학자가 되어야 한다. 성공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끈기, 인내, 생각하고 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. 생각하고 말하는게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.
Science is as much an act of persuasion as it is an act of discovery. (reference)
온갖 실패에서도 나 자신을 지킬 수 있어야 할 것 같다.
젊은 학자들이나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자신이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고 좋아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자산이라는 겁니다. 어떤 행위를 즐긴다는 것은 훼손되기 쉬운 종류의 자원이에요. 그 가치를 스스로 인식하고 안전하게 보호해야 해요 (reference).
3월 28일
Hyperparameter tuning이 정말 중요한 agenda였을까? 조금만 바꾸어도 결과가 보이는 일이라면 미팅 전에 빨리 끝낼 수 있어야 했다. 반대로 hyperparameter tuning이 정말 중요하다면 우리 method가 sensitive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. 실험을 더 해보고 알아낸건 전자였다는 것. 내가 미팅 구성을 잘못했다. 실험이 너무 오래걸리는걸 핑계삼아 일을 덜 했던 것 같다. 이제부터 PoC를 위한 실험은 3시간 이내에 끝내도록 한다. 만약 실험이 오래걸린다면 1) 실험을 빠르게 하거나 2) 더 쉬운 세팅에서 검증을 해봐야 한다. 미팅을 잘 못하면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. 미팅을 하고 화가 나지 않게 주어진 시간을 잘 써보자.
4월 8일
내가 풀고 있는 문제를 계속 적는 습관이 진짜 좋은 것 같다. 길을 잃어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.
4월 18일
- NIPS 마감일까지 최선을 다해보자. 영감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도록 항상 준비된 자세로!
- You and Your Research 진짜 좋은 글이다. 어떻게 하면 위대한 연구를 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. 주말마다 조금씩 번역이나 하면서 마음에 새기려고 한다.
4월 25일
내가 풀고 있는 문제를 계속 적는 습관이 진짜 좋은 것 같다. 길을 잃어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.
호들갑 떨자마자 다시 길을 잃었다는 후문이..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수 있겠지! 될대로 되라지 뭐..
5월 3일
피드백에서 내용만 쏙 빼놓고 듣고 싶다. 자꾸만 어투에 집중하게 되는거 같다.
5월 13일
선언 - 논문 1편 쓸 때까지 인스타 비활함 (사실 한지 좀 됐다). 연애 안(못)함 <- 말하고 보니 이건 좀 객기인거 같아요 연애 하고 싶네요..